박병선이 ‘직지’ 첫 발견자 맞나...50년만의 공개가 불러낸 논란

박병선이 ‘직지’ 첫 발견자 맞나...50년만의 공개가 불러낸 논란

운영자 1 108 2023.04.14 10:21

박병선이 ‘직지’ 첫 발견자 맞나...50년만의 공개가 불러낸 논란

 

파리=정철환 특파원

허윤희 기자

입력 2023.04.14. 03:37

업데이트 2023.04.1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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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선 박사가 1972년 12월 ‘직지’흑백사진을 들고 귀국해 국내 학자들에게 감정을 의뢰하는 모습.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은 1972년 프랑스국립도서관(BnF) 임시직으로 일하던 한국인 박병선(1928~2011) 박사가 도서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던 것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11일 개막한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를 계기로 새로운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 전시에서 ‘직지’를 50년 만에 일반에 공개한 프랑스국립도서관은 13일 “1952년 ‘직지’를 기증받기 이전부터 이 서적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도서관 측이 세계 최고 금속활자 인쇄본이란 사실을 모르고 방치하던 유물을 박병선 박사가 새롭게 발견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이날 본지 질의에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1853~1924)가 직지를 구입해 프랑스에 가져갈 때부터 금속활자로 만든 가장 오래된 책임을 알고 있었고,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에 전시될 때도 ‘금속활자로 인쇄된 가장 오래된 책’으로 소개했다”고 했다. 그리고 “동양학자 모리스 쿠랑이 1901년 펴낸 ‘한국 서지’에도 직지가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이라는 언급이 있다”며 “그때부터 직지의 존재와 (직지를 만드는 데) 사용된 기술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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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프랑스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개막한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특별전에서 공개된 '직지'. /문화재청 제공



◇“최고 금속활자본 이미 알고 있었다”

 

“틈만 나면 서고를 뒤져 먼지 쌓인 서고에서 ‘직지’를 발견했다.”

 

생전 박병선 박사는 본지를 포함해 여러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암 투병 중이던 2009년 병실 인터뷰에서 그는 “6·25전쟁 직후 프랑스에 건너갔다. 애초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취직한 것은 외규장각 도서를 찾기 위해서였는데, 직지를 먼저 발견했다”며 “고활자본을 해독하기 위해 백지 상태에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최고 금속활자본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활자를 직접 만들어 찍어보다 세 번이나 집에 불을 낼 뻔했다는 언급도 있다.

 

국내 서지학자들은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도서의 가치를 알고 귀중본으로 관리해왔기 때문에 박병선 박사가 ‘직지를 발견’했다는 건 과장을 넘어 왜곡”이라고 말했다. 직지는 1377년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됐다. 초대 주한 프랑스 공사를 지낸 플랑시가 조선에서 구입해 프랑스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프랑스 경매에 나온 직지를 수집가 앙리 베베르(1854~1942)가 매입했고, 1952년 베베르의 상속자가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

 

황정하 세계직지문화협회 사무총장은 “한국학 학자인 고(故) 다니엘 부셰 박사에 따르면, 경매시장에서 직지가 앙리 베베르에게 팔린 후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직지의 세계사적 가치를 알았고, 도서관장이 세 번이나 베베르를 찾아가 팔거나 기증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사후 기증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상속자가 이를 지킨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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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본지 특종 보도였다. 1972년 5월 28일 자 1면 머리기사로 보도된 ‘고려 금속활자본 직지심경 세계 최초 공인’ 기사다. 신용석 당시 파리특파원은 “유네스코가 ‘책의 역사’ 종합전에 새로 발견된 고려 ‘직지심경’을 전시함으로써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임이) 공인됐다”고 썼다. 이 기사에 박병선이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특파원은 통화에서 “평소 친분을 쌓았던 도서관 동양문헌실 책임자 마리 로즈 세규이 여사로부터 ‘한국에서 오래 전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이 전시된다’는 얘기를 들었고, 열흘 뒤 세규이 여사가 수장고의 귀중본 보관소에서 장갑을 끼고 책을 직접 보여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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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프랑스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개막한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이 '직지'를 살펴보고 있다. /문화재청



◇“이제라도 잘못은 시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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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직지 대모(代母)’의 신화가 만들어졌을까.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실장을 지낸 황정하 사무총장은 “1996년부터 박병선 박사를 만나기 시작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직지는 내가 찾았다고 하지 말라’고 본인이 얘기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고, 본인이 부각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언론에서 물으면 그냥 씩 웃고 대답을 안 했다. 기자들은 그걸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직지 대모’라고 계속 썼다. 말년이 되면서는 본인도 자신이 발견했다고 굳게 믿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선 박사는 당시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일주일에 15시간 일하는 임시직으로 근무했다. 도서관에서 그의 역할은 사서들의 한국 관련 자료 정리를 도와주는 일이었다. 1972년 ‘세계 도서의 해’ 전시회가 끝난 후 그는 동료 직원에게 부탁해 인화한 직지의 흑백 사진을 가지고 12월 17일 한국에 왔다. 당시 강주진 국회도서관장 등 3인이 사진을 감정했으나 의견이 서로 달라 금속활자본이라는 명확한 근거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다. 12월 27일 관련 학자 20여 명이 국회도서관장실에 모여 ‘직지’ 사진을 재감정했고, 이 자리에서 금속활자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2021년 ‘직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펴낸 황 총장은 “박병선 박사의 공은 원본 크기 사진을 가지고 와서 국내 서지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발판을 놓은 것”이라며 “이제라도 잘못 알려진 진실은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ㅁㅁㅁ

 

출처: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3/04/14/S36WOZXRBNGZHBUS4G2BHB2LVY/


 










 

댓글

운영자 2023.04.14 11:41
모두들 글 쓸 때 정말 좀 불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한 번 이런 일 생겼네요. 피곤합니다.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고, 하나면 하나고, 둘이면 둘. 이렇게 하는 게 최저의 도덕인 것 같아요. 사실은 그 언제나 꼭 밝혀지기 마련입니다. 고의적인 사기는 더욱 금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