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2): 훈민정음

한글(2): 훈민정음

운영자 0 99 2023.01.09 23:58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글


훈민정음

1940년 안동에서 발견된 원본 ≪훈민정음≫은 설명문이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다. 처음에 훈민정음 본문이 실려 있고, 다음에 훈민정음 해례가 있다. 해례는 ‘제자해(制字解)’ㆍ‘초성해(初聲解)’ㆍ‘중성해(中聲解)’ㆍ‘종성해(終聲解)’ㆍ‘합자해(合字解)’ㆍ‘용자례(用字例)’로 다섯 가지 ‘해(풀이)’와 한 가지 ‘예 (보기)’로 되어 있다.

1.본문

본문은 ‘國之語音(국지어음)’으로 시작되는 세종의 서문과 훈민정음 28자의 발음법을 한자로 풀이한 부분으로 되어 있다. 풀이 방법은 다음과 같다.

“ㄱ은 어금닛소리니 ‘君’자의 처음 나는 소리(첫소리, 초성)와 같다. 나란히 쓰면 ‘虯’자의 처음 나는 소리와 같다. ” ㄱ소리는 한문글자 ‘君’의 처음에서 나는 소리를 적는 것이라 하여, 이 글자의 소리를 일깨워 주고 있다.

나란히 쓰면 ‘ㄲ’이 되는데, 이 글자는 ‘虯’자의 처음에서 나는 소리를 적는 것이라 하였다(지금 소리로는 虯는 ‘규’인데, 당시 사람들은 이 글자의 첫소리는 된소리로 내는 것이 옳은 발음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방법으로 첫소리(초성) 17글자(ㄱ ㅋ  ㄷ ㅌ ㄴ ㅂ ㅍ ㅁ ㅈ ㅊ ㅅ ㆆ ㅎ ㅇ ㄹ ᅀ)와, 그 중의 ‘ㄱ ㄷ ㅂ ㅈ ㅅ ㅎ’ 여섯 글자를 나란히 쓴 ‘ㄲ ㄸ ㅃ ㅉ ㅆ ㆅ’ 글자의 소리를 풀이하고 있다.

가운뎃소리(중성)는 ‘ㆍ ㅡ ㅣ, 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의 열하나인데, 이에 대해서는, “ㆍ는 ‘呑’자 가운뎃소리와 같다. ”와 같은 방법으로 풀이하고 있다. 곧, ‘呑’자는 세 소리로 되어 있는데, ‘ㆍ’는 그 가운데에서 나는 소리를 적는 글자라는 것이다.

끝소리(종성, 받침)는 첫소리 글자를 그대로 가져다 쓰도록 하였다. 그리고 첫소리나 끝소리에, 23가지의 첫소리 글자 이외의 글자가 쓰이는 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입술가벼운소리(脣輕音)’는 ‘ㅂ’과 ‘ㅇ’을 내리써서 ‘ㅸ’로 적도록 하고, 첫소리나 가운뎃소리나 끝소리에 이상의 소리가 때는, 각각 두 글자 이상을 한 자리에 가로 나란히 쓰도록 하고 있다(예:··).

첫소리 글자와 가운뎃소리 글자가 어울릴 때는, 가운뎃소리 글자의 놓이는 자리가 모든 경우에 똑같지 않아서, ‘ㆍ’와 ‘ㅡ’ 및 ‘ㅡ’를 가진 글자는 첫소리 글자의 밑에 쓰고, ‘ㅣ’와 ‘ㅣ’를 가진 글자는 그 오른쪽에 쓰도록 하였다(이것은 모아쓴 글자의 모양을 한문글자의 모양에 어울리도록 하기 위함이다.).

가운데끝 글자가 한데 모여야 소리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모인 소리에는 다시 소리의 높낮이가 얹히게 된다. 높낮이는 세 가지이다. 높은소리(거성)는 왼쪽에 점을 하나 찍고, 낮은소리(평성)는 점을 찍지 않고, 낮다가 높아가는 소리(상성)는 점 둘을 찍어 구별하도록 하였다.

2.첫소리 글자를 만든 원리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해례가 나타남으로써 원리가 밝혀졌다. 제자해에 “초성은 17글자인데, 어금닛소리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꼴을 본뜨고, 혓소리 ㄴ은 혀가 윗잇몸에 붙는 꼴을 본뜨고, 입술소리 ㅁ은 입 모양을 본뜨고, 잇소리 ㅅ은 이의 모양을 본뜨고, 목소리 ㅇ은 목의 모양을 본떴다. ”라고 하였다.

때의 언어학자들은 닿소리(초성)를 그 내는 자리에 따라 다섯 가지로 나누었다. 혓바닥의 뒤쪽을 여린입천장에 붙여 내는 소리를 ‘어금닛소리’, 혀끝을 잇몸에 붙여 내는 소리를 ‘혓소리’, 입술에서 나는 소리를 ‘입술소리’, 공기가 이끝에 닿아 부스러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소리는 ‘잇소리’, 목 안에서 나는 소리는 ‘목소리’라 하였다.

그리하여 다섯 가지 소리 가운데서 소리씩을 가려, 그 소리를 적는 글자 다섯을 만들었다. 첫째, 어금닛소리는 /ㄱ, ㅋ, /음소들인데, 그 가운데서 /ㄱ/ 음소를 적는 글자를, 그 소리 낼 때의 혀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둘째, 혓소리는 /ㄴ, ㄷ, ㅌ/ 음소들인데, 이 가운데서 /ㄴ/ 소리를 적는 글자를, 역시 같은 원리에 따라 만들었다.

셋째, 입술소리는 /ㅁ, ㅂ, ㅍ/인데, 그 가운데서 /ㅁ/ 소리를 적는 글자를, 입술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넷째, 잇소리는 /ㅅ, ㅈ, ㅊ/ 음소들인데, 그 가운데서 /ㅅ/ 소리 적는 글자를, 이가 나란히 박혀 있는 줄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

다섯째, 목소리는 /ㅇ, ㆆ, ㅎ/ 음소들인데, 그 가운데서 /ㅇ/소리 적는 글자를, 목구멍의 둥근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ㅇ/은 소리 없는 글자이나 그들은 이것도 목구멍에서 나는 어떠한 소리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리하여 ‘ㄱ ㄴ ㅁ ㅅ ㅇ’의 다섯 글자를 만들어내고, 다음으로는 소리가 세어짐에 따라, 이 다섯 글자에다가 획을 하나씩 더하여 아홉 글자를 만들었다.

→ㅋ

→ㄷ→ㅌ

→ㅂ→ㅍ

→ㅈ→ㅊ

→ㆆ→ㅎ

다른 글자들은 획을 하나씩 덧붙여 나간 것이 분명하나, ‘ㅁ’ 계통은 그렇지 못하다. 그것은 ‘ㅁ’에 획을 더해서는 글자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그 꼴을 약간 바꾼 것이다.

나머지 글자인  ㄹ ᅀ’은 각각 ‘ㅇ ㄴ ㅅ’의 꼴을 약간 바꾸어 만들되, 여기에는 소리의 세기에 따라 획을 더하는 원리가 적용된 것은 아니다.

된소리는 현대국어 음운론에서는 대개 독립된 음소로 보는 것이 상례이다. 그 때에는 이 소리들을 전탁(全濁)이라 하고, 이것을 적기 위해서는 전청(全淸)이나 차청(次淸)의 글자를 나란히 쓴 ‘ㄲ ㄸ ㅃ ㅉ ㅆ(ㆅ)’으로 하였다. 그 이유는 전청의 소리가 엉기면 전탁이 되기 때문이라 하였다(다만 ㆅ은 예외). 또, 한 가지 입술가벼운소리를 적는 방법으로 ‘ㅂ’에 ‘ㅇ’를 내리써서 ‘ㅸ’를 만들어 내었다.

이리하여 첫소리(초성)를 적는 글자를 다 만들고, 이것을 내는 자리에 따라 아후의 다섯 ‘음’으로 나누고, 그 내는 방법에 따라 전청차청전탁불청불탁의 네 가지로 나누었다.

3.가운뎃소리 글자를 만든 원리

닿소리는 모두 입안의 어떠한 자리에서 특별한 막음이 있으므로, 그 막음의 방법과 자리를 지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한 음성기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서 닿소리(첫소리) 글자를 만들어 내었다.

홀소리(가운뎃소리, 중성)는 입안에 아무런 막음도 생겨나지 않는다. 여러 가지 홀소리가 나누어지는 것은 혀의 여러 가지 모양에 의해서이다. 이것을 그려 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대 음성학에서 혀의 이러한 모양을 잡을 있는 것은 X-선 사진에 의해서이므로 한글을 만들 때 닿소리 글자보다 홀소리 글자를 만드는 데 힘이 들었을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홀소리 글자 만드는 원리는 완전히 다른 데에서 구하였다. 홀소리와 닿소리는 서로 성질이 다르므로 그렇게 하지 않을 없었을 것인데, 이 방법은 성공적이었다. 닿소리 글자의 기본을 다섯으로 정했듯이, 홀소리 글자의 기본은 셋으로 정하여, ‘·’는 하늘을, ‘ㅡ’는 땅을, 그리고 ‘ㅣ’는 사람의 서 있는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이렇게 세 소리의 글자를 먼저 만든 것은, 홀소리를 세 종류로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ㆍ’ 계통→‘ㆍ’ 계통→‘ㅗ, ㅏ’ (하늘)

‘ㅡ’ 계통→ ‘ㅡ’ 계통→ ㅜ, ㅓ’ (땅)

중립→‘ㅣ’ (사람)

다른 모든 글자는 글자를 맞추어 만들었다.'ㅗ, ㅏ’ 위와 바깥 쪽에 있는 것은 이 두 소리는 하늘에 속해서 양(陽)이기 때문이고, 'ㅜ, ㅓ' 아래와 안쪽에 있는 것은, 이 두 소리는 땅에 속해 음(陰)이기 때문이라 하였다. 점을 하나 찍는데도 그 철학적인 이유를 밝히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ㅣ’에서 시작하는 겹홀소리는 점을 둘로 해서 그 소리가 겹임을 암시하고 있다.

4.모아쓰기

스물여덟의 글자는 줄로 쓰도록 되어 있지는 않다. 이것들은 한 음절을 한 묶음으로 하여 모아쓰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한자와 아울러 썼을 때에 한자의 꼴과 균형이 잡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5.소리의 높낮이

지금 우리말의 표준발음으로는, 소리의 길이만 있고, 높낮이는 없다. 그러나 당시에는 각 낱말의 각 음절은 높음·낮음·높아감의 세 가지 높낮이를 일정하게 가지고 있었다.

낮은 소리는 평성(平聲)으로 점을 찍지 않고, 높은 소리는 거성(去聲)으로 글자의 왼쪽에 점을 하나 찍고, 또 낮다가 높아가는 소리는 상성(上聲)으로 점을 둘을 찍도록 하였다.[예:활(平), ·갈(거), :돌(상)]

6.글자와 소리의 형이상학

훈민정음을 만들고, 그 원리를 풀이한 사람들은 사람의 소리나 글자까지도 단순한 물질적인 현상으로만 보지 않고, 이것을 지배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원리가 있는 것으로 보았는데, 그 원리란 음양과 오행(五行)이다.

사람의 말소리가 음양과 오행에 근본을 두고 있고, 우주의 모든 현상이 또한 그 원리에 따라 운행되는 것으로 보았으므로, 소리와 계절의 운행, 소리와 음악과의 사이에 일치점이 있음은 당연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소리를 오행에다 결부시킨 이유를 설명하되 각각 두 방면으로 보고 있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방면으로는 소리가 나는 자리, 곧 목구멍·어금니·혀·이·입술 자체의 성질이 각각 물·나무·불·쇠·흙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목구멍은 깊고 윤택하고, 어금니는 착잡하고 길고, 혀는 날카롭고 잘 움직이고, 이는 단단하고 부러지고, 입술은 모나고 합해져 있기 때문이라 하였다.

다른 방면으로는 소리 자체가 다섯 물질의 성질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목소리(ㅇ, ㆆ, ㅎ, ㆅ)는 비고 통하니, 물이 비고 밝고 흘러 통함과 같고, 어금닛소리(, ㄱ, ㅋ, ㄲ)는 목소리와 비슷하나 실(實)하니(비지 않으니), 나무가 물에서 나서 형체가 있음과 같고, 혓소리(ㄴ, ㄷ, ㅌ, ㄸ)는 구르고 날리니, 불이 구르고 펴고 날림과 같고, 잇소리(ㅅ, ㅈ, ㅊ, ㅆ, ㅉ)는 부스러지고 막히니, 쇠가 부서져서 불림을 입어 이루어짐과 같고, 입술소리(ㅁ, ㅂ, ㅍ, ㅃ)는 머금고 넓은데, 이것은 흙(땅)이 만물을 머금어서 넓고 큼과 같다는 것이다.

나는 자리의 성질로 보나, 그 소리의 성질로 보아, 모두 오행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님을 논증하고 있다. 물론 견강부회된 점이 없지는 않으나, 우주의 모든 현상을-사람의 소리마저도-하나의 원리로 통일시키려는 동양적인 철학사상이 배여있기 때문에 나타난 논증이다.

가운뎃소리는 음양에 붙였으니, 하늘에 속하는 소리는 양이고, 땅에 속하는 소리는 음이라 하였다. 이것은 오늘날 홀소리어울림(모음조화)의 현상으로 분류한 과학적인 홀소리 분류법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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