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놀이와 우리말 회화(2)

    PROFESSOR COLUMN교수칼럼

윷놀이와 우리말 회화(2)

박창근 0 129 2022.10.15 02:27

8. 윷놀이 승부: “이겼다,이겼어.” “졌다, 졌어.”

(팀)을 단위로 평균으로 나누어 가진 말(통상 4 개)이 모두 입구(入口)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경로를 거쳐 참먹이[出口]를 먼저 빠져나가도록 한 편이 이긴다. 승부를 결정하는 요인은 윷던지기 기교, 윷말 쓰기 전략, 그리고 운이다.

 

9.윷패의 확률:

윷가락의 단면이 반원이고 배와 등이 나타날 확률이 같다고 하면 윷패가 나올 확률은

 

(6/16)>걸(4/16)=도(4/16)>윷(1/16)=모(1/16)

 

이다. 그러나 실제 윷가락의 단면은 반원을 약간 넘는 형태이고 물리학적 요인도 고려할 경우 배가 나올 비율이 60%, 등이 나올 비율이 40%라면 각 윷패가 나올 확률은

 

(0.3456)=개(0.3456)>도(0.1536)>윷(0.1296)>모(0.0256)

 

된다. 하지만 배가 나올 비율이 61. 5%만 돼도 각 윷패가 나올 확률은

 

>개>윷>도>모

 

순이 된다. 그리고 윷패의 확률은 윷 모양, 던지는 동작, “마당” 등과도 관련된다.

 

10. 윷놀이의 매력: “뒷도 나와라!”

윷놀이는 놀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3 살부터 놀 수 있다 하니 거의 모든 사람이 함 있는 유희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재미있다는 데에 있다. 윷 네 개, 말  개지만 윷패의 확률이 다르고, 말 잡기 · 말 업기가 있어 도중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팔방돌이 하면 21 칸이나 가야 하지만 지름길로 가면 12 칸밖에 안되는(아랫그림 참조) 등 정세가 엎치락뒤치락하여 긴박감이 이어지고, 승부가 최종 갈라지기 전까지 반전의 기회가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각 윷패가 나올 확률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확률이 작은 “사건”의 발생은 시간적으로는 아무런 순서도 없기 때문에 말 넷이 다 잡혀 “이젠 다 졌다”고 실망하고 있을 때에도 “모 5회, 걸 1회”가 나와 완승할 가능성이 있다. 그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은 윷놀이가 가르쳐주는 인생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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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도”(아랫그림 참조) 설정한 우연성에 의한 윷놀이의 매력은 더욱 커져서 자리에 있는 말이 후퇴하여 참먹이로 옮길 것을 기대하면서 뒷도, 뒷도!” 하는 고함소리는 요행을 바라는 심성의 표출이라기 보다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보여 준다고 있겠다. 윷놀이에는 우리민족의 이러한 모습 심성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결국 언제 어디서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것이 윷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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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윷놀이와 어린이들의 우리말 학습

윷놀이는 우리민족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한글 주말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윷놀이를 가르치고 놀게 하는 것은 우선 윷놀이를 전통 문화의 내용으로 전승하려는 것이다. 위에서 이미 보다시피 윷놀이는 한국 가정 오락으로는 아직도 가장 선호되지만 오늘날 중국 조선족 사회에서 윷놀이를 노는 인구는 점점 줄고 있으며, 현재 제대로 놀 줄 아는 사람도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때문에 주말학교 어린이들에게 윷놀이를 가르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선 그들의 부모들도 함께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주말학교에서 초창기부터 윷놀이를 중요시하는 데에는 하나의 이유가 있다. 즉 윷놀이를 어린이들의 우리말 학습에 이용하려는 것이다. 김중만 교수의 한글 윷놀이판의 제작은 말판에 한글 자모를 넣어 말밭을 표기함으로써 어린이들이 윷놀이를 하면서 한글 자모를 접하고 우리글을 알게 하려는 하나의 시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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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모 윷놀이판

(김중만 한국 원광대학교 명예교수가 만든 원형 한글윷놀이판을 참조해 필자가 만들어 본 것임.참조: 김동욱, “윷놀이하다 보면 저절로 한글 깨우치죠”, http://www.segye.com/newsView/20160610002944 )

 

하지만 윷놀이를 우리 주말학교 어린이들의 우리말 학습에 이용함에 있어서 더욱 요한 것은 윷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의 말하기 능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학교 대다수 어린이들은 우리말을 하지 못한다. 그들이 우리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면서 하는 우리말 대화 주로 교사나 학부모의 물음에 답하는 것이다. 그들은 아직 물음을 한국어로 제출하지 못한다(않는다). 또한 문답방식 외의 대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상 어린이들의 말하기 능력을 높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들끼리의 대등한 대화가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여기에 여러 가지 방안이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어린이들을 조직하여 함께 유희를 노는 것이 아주 좋은 방안이라 생각된다. 각종 유희 윷놀이가 좋겠다고 글쓴이는 오래 전부터 생각하여 왔고, 우리학교 초창기 손수 윷가락, 윷판, 윷말을 만들어 가지고 다니면서 교사, 학부모, 학생들에게 윷놀 이를 가르치기도 하였다. 윷놀이에서 어린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주동적으로 있을 것이다. 아직 성공한 실례가 없어 뭐라 말하기가 힘들지만 일부 학급에서 시도해 보기 바란다.

(뒤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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