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동조선족주말학교 곤산분교 곤산학구 수업체험 후기

화동조선족주말학교 곤산분교 곤산학구 수업체험 후기

남문희 0 221 2022.10.17 01:43

화동조선족주말학교 곤산분교 곤산학구 수업체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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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0월 15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늘이 다가왔다. 2022년 9월 17일 박 교수님을 만난 뒤 거의 한 달을 준비해 온 오늘이 드디어 왔다!

  오늘은 토요일, 여느날 같으면 늦잠을 자고 일어났겠지만 오늘은 설레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새벽 4시에 잠에서 깼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가족들 아침식사 챙기는 내내 오늘 진행할 수업 체험에 대한 생각으로 도무지 아침식사 챙기는 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오늘 올 유아반 어린이들은 어떤 모습일지, 어떤 돌발상항이 일어날지, 수업이 중단되지는 않을지, 수업체험 후 몇 명이나 등록할지, 교실 책걸상 배치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 나의 목소리 톤은 어떻게 조절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나를 좋아하고 잘 따라줄지, 학부모님들이 나를 인정해 주실지…..., 등등. 이런저런 고민으로 마음은 벌써 교실로 날아가 있었다.

  오전 10시쯤에 교실로 먼저 가서 책걸상 배치 다시 조정하고 교실에서 어린이들이랑 수업예비 준비도 하려고 예정하였지만 직장인인 나한테는 너무나 과분한 욕심이었다. 아침식사 마치고 8시부터 회사로부터 문자메세지, 음성메세지, 메일들이 나의 발목을 꽁꽁 묶어서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회사일도 도무지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확 때려치고 싶은 생각도 불쑥불쑥 들었다. 업무를 처리하고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더이상 이 자리를 뜨지 않으면 오후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미칠 것 같았다.부랴부랴 방으로 뛰어들어가 열흘 전부터 걸어놓고 준비해둔 한복으로 갈아입고 화장도 예쁘게 하고 거울 앞에 서니 웬지 기분이 좋아졌다. 거울속 나를 보면서 아이들이 나의 한복을 좋아할지, 화장이 너무 짙은 건 아닌지…또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서랍에서 큰 가방을 꺼내 그 동안 준비해둔 수업준비물들을 하나씩 챙기면서 입가에서는 벌써 수업 상상을 하면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오늘의 수업체험 주제는 거의 한 달 전부터 어떤 걸로 할지 많이 고민해왔다. 사랑으로 할까? 가족으로 할까? 계절로 할까? 동요로 할까? 그래도 수업인데, 체험인데, 유아라도 내가 교사로서 한 개 자모라도 가르치는 게 최선일 것 같아서 주제를 자음<ㄱ>으로 정하였다. 하여 그 동안 퇴근 시간 후, 혹은 출근 중 짬짬이(아주 짬짬이), 혹은 주말시간을 이용해 아이들 수업준비물을 준비해 왔다.

  수업준비물은 <누리와 나리>(유아용 교재)에 의하여 색종이로 <ㄱ> 모양을 오려서 아이 1인당 2개씩 준비했고, 양면테이프를 색종이 끝부분에 붙여서 <ㄱ>기차놀이 준비용으로, 그리고 필기용 종이, 볼펜은 어린이들 <ㄱ>쓰기에 준비했다. 유아반 아기들이라 글쓰기는 조금은 무리이겠지만 애들이라면 낙서는 다 좋아하니까 준비해 가도 좋을 듯 싶었다. 다음은 내 아이가 예전에 갖고 놀았던 한글자석도 챙겼다. 2009년에 엄마가 한국에서 보내주신 건데 아껴서 잘 보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록달록 여러가지 색상으로 만든 한글자석 중에서 아이들이 <ㄱ>을 골라 칠판보드에 붙이면서 같이 놀아줄 생각을 하니 신이나서 콧노래가 흥얼흥얼 나왔다.

  그다음 제일 재밌는 준비물은 밀가루 반죽이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밀가루랑 물 비례를 잘 맞춰서 직접 만든 것이다. 오늘따라 밀가루 반죽도 아주 잘 되었다. 밀가루 반죽으로 아이들이랑 <ㄱ>모양 빚으면서 놀이공부 할 생각을 하니 또 콧노래가 나왔다.

  내가 신이 나있으니 내 아이도 신나서 함께 밀가루 반죽놀이 가고 싶다고 하였다. 중학교 3학년생인데 아직도 애기마냥 순수한 나의 아이를 보면서 유아반 어린이들도 참 많이 좋아할 것 같은 기대감으로 참으로 행복했다.

  마지막으로 챙긴 준비물은 미니전자풍금이다. 집에 손풍금이 있었으나 나의 부주의로 그만 고장이 나버려서 오늘 수업에 가져갈 수가 없게 되어 속상해 있다가 인테넷 쇼핑몰을 통해 인기몰 미니손풍금을 구매하게 되었다. 작은 마이크도 부착되어 있어서 아이들 <ㄱ>발음 시킬 때마다 마이크를 가까이 하고 하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았다.

  이상의 모든 준비물을 챙기고 주차장으로 달려가 엔진을 힘껏 밟았다. 수업 교실이 나의 집 동네 근처인데도 오늘은 좀 멀어보였다. 아이들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이 급해서였다.

  한복 차림으로 나왔더니 오늘은 거리에서 주목을 꽤 받았다. 웬지 스타가 된 느낌이 들었다.

  집에서부터 수업 교실까지 차로 10분 이동하고 도착하자마자 유아반 교실로 뛰어가 책걸상 배치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 체험하러 오기로 한 유아반 아이가 6명 정도여서 가운데에 책상을 배열하고 나를 중심으로 빙 둘러 앉게 의자를 배치하고, 학부모님들 의자도 뒤에 배치해 놓았다. 학부모님들도 나의 수업에 함께 참여하도록 하여 그들의 조언도 많이 듣고 싶어서였다.

  화이트보드도 가져다 놓고 준비물도 하나씩 꺼내서 교사용 책상에 올려놓고 뭔가 빠진 건 없는지 다시 한 번 체크해보았다.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다시 한 번 아이들이랑 수업할 상상을 하면서 수업연습도 해 보았다. 신이 났다.

  유아반 준비를 마치고 초등반 조영희 선생님이 준비 중인 교실로 가보았더니 역시 선배님이시라 차근차근 준비를 잘하고 있었다. 도움이 될지 몰라 뛰어가 보았는데 어찌나 꼼꼼히 잘하고 있던지, 참 훌륭한 분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보니 오후 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교실 문앞으로 가보니 학부모님들이 아이를 데리고 한 분씩 오고 계셨다. 그 동안 학원생 모집하면서 문자 메세지와 전화 통화만 했었고 한번도 대면한 적이 없었지만 웬지 낮설지 않고 한눈에 우리 화동조선족주말학교에 오신 분이시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아이 이름 묻고 학부모님들이랑 한 분씩 인사를 건네고 교실로 안내하고 보니 어느새 약속한 수업시간이 되었다. 조미선 교장선생님도 같이 도착하셨다. 아이 6명 중 1명이 도착하지 않아서 수업시간을 10분 정도 미루고 기다려 오후 1시 40분에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을 한 명씩 자리에 앉히고 학부모님들은 바로 뒷자리에 한 명 또는 두 명씩 앉으셨다. 지우는 수줍음이 많다고 지우 어머님께서 귀띔해 주셨다. 나는 알겠다고 윙크로 답했다. 자리에 금방 앉았는데 그중에서 6세 지언이가 집으로 가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엄마랑 아빠랑 같이 옆에서 달래면서 수업을 시작했다.

  나는 자기소개부터 시작했다, 한국어로 말을 하니 아이들이 못 알아듣겠다는 눈빛으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래도 나는 계속 웃으면서 열심히 한국어만 하였다.

  자기소개를 마치고 한 명씩 <안녕하세요>를 시켰는데 4세 캐시 한 명만 빼고는 아무도 따라하지 않고 약간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약간은 어색했지만 나는 웃으면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아이들이랑 <자리에서 일어나 주세요. 자리에 앉아주세요>를 동작과 언어로 동시에 표현하면서 아이들에게 알려주었다.

처음엔 수줍어 하더니 앉았다 일어나기는 잘 따라했다.

  이어서 지난주 유아반 그룹에 공유했던 손유희가 기억나냐고 한국어로 묻자 아이들이 또 멍하니 나를 쳐다보기만 하였다. 무슨말인지 통 못 알아들으니 이런 표정이 당연한 거였다. 교수님께서 되도록 수업중 중국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중국어를 결국 한 마디 내뱉고 말았다. 중국어로 아이들한테 소곤소곤 아주 작은 소리로 선생님을 따라해 보라고 알려주었다. 역시나 말이 통하니 진도를 조금 추진할 수 있었다.

손유희를 아이들이랑 몸풀기로 시작하고 정식 수업에 들어갔다.

  한국어로 <선생님이 준비됐나요?>하고 물으면 <네네네네네> 하고 대답하라고 중국어 반 한국어 반으로 설명하면서 알려주었다

  두 번이나 중국어를 사용하였더니 웬지 교수님한테 죄책감이 들었고 아이들한테 미안했다. 한국어 수업인데 한국어 위주로 진행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무거워졌다.

  시작은 <ㄱ>을 화이트 보드에 써서 아이들한테 <ㄱ>을 보여주면서 따라읽게 하였다, 처음 듣는 단어라 신기한 모양인지 잘 따라하였다. 한 명씩 발음을 잡아주려로 읽기를 시켜보았다. 1명 빼고 다 수줍어 하면서 부모님 눈치만 자꾸 보고 있었다. 너무 귀엽고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들 앞에 귀를 가까이 하고 선생님이 친구가 맘속에서 읽는 소리를 들었다고 알려주었다.

  볼펜을 하나씩 나눠주고 색종이에 <ㄱ>도 써보게 하면서 발음을 다시 한번 잡아주었다.

  다음은 한글자석을 꺼내어 <ㄱ>이랑 다른 자모들을 섞고 그중에서 찾기 놀이를 했더니 아이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역시나 자석한글놀이를 화이트 보드에 붙이기가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수줍어 하던 지우, 지언이, 준세도 <ㄱ>을 찾아내어 화이트 보드에 붙이기를 잘 완성하였다.

  아이들 한명씩 한글자석 붙이기를 하게 하면서 <ㄱ>을 여러번 반복하여 읽게 하였다.

  미니전자풍금 마이크를 이용하여 발음을 잡아주었더니 잘 따라왔다.

  <ㄱ>색종이로 기차놀이도 하였다. 아이들이 점점 더 나랑 친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중국어를 하지 않아도 꺼리낌없이 아주 잘 따라왔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하이라이트 밀가루 반죽놀이를 시작했다. 호일에 꽁꽁 싸서 무엇인지 아이들이 만져보고 알아맞추게 한다음 호일을 벗겨서 또 한번 만지게 하였더니 말랑말랑한 촉감에 애들이 너무너무 신이 난 모양인지 깔깔깔 웃는 소리도 들렸다.그 웃음소리에 나는 너무 행복했다. 밀가루 반죽을 한 쪽씩 뜯어서 각자에게 나눠주고 책상에 문질러서 길게 만들게 아이들한테 한국어로 설명하면서 따라하게 하였더니 마치 다 알아듣는 듯 너무 잘 따라했다. 책상에 문질러서 길죽하게 만든 반죽을 아이들이 참 좋아했다. 나는 길죽한 반죽을 반으로 꺾어서 <ㄱ>모양을 만들어서 아이들한테 무엇인가고 물었더니 벌써 <ㄱ>이라고 말하는 아이가 두 명 있었다.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반죽놀이로 마무리하기 참 잘한 것 같았다. 아이들은 반죽으로 반복적으로 <ㄱ>을 만들면서 입으로 “기역, 기역” “그, 그, 그” 하면서 놀고 있었다. 너무 재밌고 아이들이 참 영리하다는 생각에 나는 계속 신이 났다.

  반죽놀이를 마치고 아이들한테 책상을 정리하게 하고 “안녕” 인사를 한 명씩 시켰다. 30분 동안의 수업 체험이었지만 웬지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나이는 2세 반에서 6세 아이들이었지만 접수 능력이 다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늘 수업중 제일 걱정했던 수업 중단은 없이 다행히 순조로웠다.

  수업 마치고 학부모 상담을 하였다. 우선 조미선 교장선생님께서 우리말 학교에 대해서 소개를 하셨다. 그리고 나의 수업에 대하여 조언 부탁도 드렸다. 다행이 수업이 재밌었다고 해주셨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상담을 마치고 4명 등록하시고 2명은 집에 가서 생각해 보겠다고 하셨다. “함께 등록하고 가시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내가 조금 더 잘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수업 내내 자원봉사자로 와주신 김 선생님께서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주셨다. 상담 마치고 영상들을 체크하면서 나의 결점도 검토할 수 있어서 참으로 고마웠다.

  이번 수업을 위하여 교실을 마련해주신 원장님, 그리고 자원봉사에 나선 김 선생님,조 선생님 모두 다 너무나 좋은 분들이시라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따뜻했다.

  오늘 수업에 관해 조영희 선생님이랑 또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향후 곤산학구 수업준비, 수업내용, 숙제내용 등등 많으리라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따뜻했다.

  오늘 수업에 관해 조영희 선생님이랑 또 많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저녁6시가 되었다.

  초등부 담임교사 조영희 선생님도 오늘 초등부 수업체험 잘 진행하시더라고 학부모님들이 칭찬이 자자하였다. 그리고 등록도 하셨다.

  모두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게 정말 뜻깊은 일이고, 나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함께 배우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다. 날이 어두워졌지만 내 마음은 아이들 덕분에 밝게 빛났다.


(지은이 곤산분교 곤산학구장 겸 곤산2022유아반 담임교사 남문희, 2022년 10월 15일)


※ 남문희 교사가 쓴 이글이 위챗으로 나한테 전달되어 온 시간은 16일 1:35. 너무 생동한 내용이어서 나도 감명 깊게 읽었다. 그런데 16일 오전 내가 훙커우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이글을 학교 웹사이트에 실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더니 좀 봐달라고 부탁하였다. 나는 너무 잘 쓴 글이라 내가 손 댈 필요 없다고 여겼다. 그럼에도 한번 자세히 보지 않을 수도 없어 보면서 몇 곳 고치기도 하였지만 어떤 데는 잘못 고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저자가 한번만 더 읽을 시간이 있었더라면 오타한 곳들을 다 고쳤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등록한 유아반 학생이 “어린이 6명+학부모 2명”이 되었다고 한다. 축하한다! ---20221017, 박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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