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는 재미에 맛도 영양도 최고” 봄철 제주엔 ‘고사리 열풍’

“꺾는 재미에 맛도 영양도 최고” 봄철 제주엔 ‘고사리 열풍’

운영자 0 95 2023.04.30 04:48

꺾는 재미에 맛도 영양도 최고

봄철 제주엔 고사리 열풍

송고시간2023-04-29 08:00

 전지혜 기자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봄철 한적한 제주 중산간 도롯가에 차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면 그곳은 '고사리 명당'일 가능성이 높다.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는 삶은 고사리를 널어 말리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있다.

시기에 도민은 물론 고사리를 꺾으려고 제주를 찾는 여행객도 있을 정도로 봄이면 제주에는 '고사리 열풍'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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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

[서귀포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임금님 진상품 '궐채'…제주 고사리 맛도 영양도 으뜸


고사리는 맛이 좋은 데다가 영양 성분도 훌륭해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린다.그중에서도 제주고사리는 '궐채'라고 불리며 과거 임금에게 진상되기도 했다.

제주도 전통 민요 '오돌또기'에는 '제주야 한라산 고사리 맛도 좋고 좋고'라며 가사에 고사리가 담겨있기도 하다.

먹거리가 부족하던 과거에는 봄철 고사리를 꺾으러 있도록 '고사리 방학'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고사리 좋은 해 미역 풍년 든다', '고사리는 아홉 형제' 등 고사리가 들어간 속담들도 있다.

정도로 제주에서는 예전부터 고사리를 채취해 먹었으며, 생활문화에도 고사리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고사리 장마'라는 말도 있다.

기상·기후학의 장마와는 다른 개념이지만, 4월을 전후로 봄비가 내려 대지를 적시고 나면 고사리가 통통하게 물이 오르고 쑥 자라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4월 들어 지난 27일까지 제주는 9일, 서귀포는 12일 비가 내렸다. 누적 강수량은 제주 56㎜, 서귀포 183.7㎜에 달한다.

누군가 이미 꺾은 자리에서도 비가 내리고 나면 금세 새순이 다시 자라난다.

많게는 9번까지 자라난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고사리 꺾기 고수들은 비가 내린 뒤 고사리가 올라오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또한 초보자들은 우르르 들판이나 숲을 돌아다니며 고사리를 꺾지만 '고수'들은 숨겨둔 자신만의 '포인트'를 찾아간다.

'고사리가 많이 나는 곳은 딸이나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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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가 신기해'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일대에서 열린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에 참가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삶은 고사리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 2019.4.28 jihopark@yna.co.kr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 고사리는 대개 4월에서 5월 중순 정도까지 꺾을 수 있다. 초여름에 접어들면 고사리의 잎이 펴버리거나 줄기가 단단하고 질겨져 맛이 없다. 잎이 피지 않고 동그랗게 말려있는 어린 순을 채취해야 한다.

고사리 채취를 설명할 '딴다', '캔다'보다는 '꺾는다'라는 표현이 들어맞는다. 잎이 피지 않은 고사리 줄기 아랫부분을 손가락으로 쥐고 살짝 비틀어 '똑' 꺾으면 된다.

전통시장에서는 고사리 채취 사용할 있는 다양한 용품을 판매한다. 앞치마 앞에 큰 주머니가 달린 '고사리 앞치마'는 수확한 고사리를 바로 넣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

채취한 고사리는 독과 쓴맛을 빼기 위해 삶아야 한다.

삶은 고사리는 나물로 무쳐 먹거나 각종 요리의 식재료로 사용하며, 삶은 고사리를 말리거나 얼려 보관해뒀다가 제사·명절 등에 쓰기도 한다.

가방 한가득 고사리를 채취했더라도 삶고 말린 뒤에는 양이 부쩍 줄어들어 '이것밖에 안 되다니' 하며 실망할지도 모른다.

귀한 대접을 받는 제주산 고사리의 '몸값'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말린 고사리 가격은 한근(600g)에 7만∼9만원 정도 한다. '소고기보다 비싼 고사리'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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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고사리

[촬영 전지혜]


◇ 고사리철 '길 잃음 사고' 주의해야


땅에서 자라나는 고사리를 꺾으려면 허리를 구부려 몸을 숙이거나 쪼그려 앉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고사리 꺾는 데 열중하며 이동하다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길을 잃어버리는 일도 종종 생긴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길 잃음 사고(288건) 중 39%(113건)가 고사리 채취 중 길을 잃은 사고였다.

연도별로는 2020년 33건, 2021년 40건, 2022년 40건 등 한해 40건 안팎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양호한 상태로 구조돼 무사히 귀가하지만 3년간 사망 1명, 부상 3명 등의 인명피해가 있었다.

올해도 고사리 채취하다 길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서 60대 여성과 70대 여성이 고사리를 꺾다가 길을 잃었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다행히 이들은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 사이렌 소리를 따라 무사히 길을 찾았고, 부상 없이 귀가했다.

지난 6일에는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 인근에서 고사리를 꺾던 A씨가 무리와 떨어져 길을 잃었다.

일행이 1시간가량 A씨를 찾았으나 발견하지 못했고 전화 연결도 되지 않자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을 통해 상황을 접수한 자치경찰단이 현장에 도착해 드론을 띄워 주변을 수색한 결과 10분 만에 A씨 위치를 파악했고,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A씨를 안전하게 구조했다.

자치경찰단은 '고사리 채취객 길 잃음 사고'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동부 중산간의 사고 다발 지역을 오후 4시부터 순찰하며 사이렌 방송으로 안전한 귀가를 독려하는 지상 순찰 활동도 하고 있다.

밖에도 뱀이나 진드기 등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고사리를 채취하다 보면 수풀이나 가시덤불을 헤치고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튼튼한 재질의 바지와 장화 등으로 몸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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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삶기 시연

[서귀포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4월 마지막 주말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산 76-7 일대에서는 제27회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가 열린다.

행사는 1995년 '남제주 고사리 축제'로 시작돼, 2007년부터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로 명칭을 바꿔 열리고 있다.

4년 만에 대면 행사로 개최되는 올해 축제 행사장 인근에는 고사리 꺾기 체험장이 마련돼 참가자들이 들판을 걸으며 직접 고사리를 꺾어볼 수 있다.

또한 고사리 음식 만들기, 고사리 삶고 말리기 시연, 황금 고사리를 찾아라, 고사리 장아찌 만들기 등 고사리를 소재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어린이 승마 체험, 어린이·청소년 드론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행사와 즐길 거리도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기부받은 고사리를 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기부할 예정이다.

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230428023400056?section=society/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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