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 “2025.11.04-3면)
곰 세마리
7학년 1반 김미동
"오늘 점심엔 김치찌개를 만들까, 너랑 엄마 다 이거 좋아하잖아."
"이 감자는 채로 썰어야 바삭해, 너 어렸을 땐 한번에 세 조각 먹었었지."
이런 할머니의 우리 말을 나는 어려서부터 귀에 익었다. 그러나 우리 말의 온기를 제대로 느낀 것은 유치원에서였다.
박 선생님은 연두색 한복을 입고 피아노 앞에 앉아 《곰 세마리》를 연주했다.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살아." 박 선생님은 내가 '애기 곰' 발음을 막힐 때마다 내 손을 잡고 리듬에 맞춰 박수를 쳐주었다. 그 따뜻한 손길에 녹아든 발음은 마치 할머니가 푸는 김치찌개 국물처럼 내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우리 말은 노래에서 조선어문교과서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할머니는 여전히 일상에 살아있는 나의 조선어문교과서이다.
양파를 썰 때 눈물을 훔치시며 할머니 말씀하신다.
"이건 양파야, 지난번 수프에 넣었을 때 너 맛있다 하였지?"
밥상을 챙기며 할머니는 말씀하신다.
"빨리 먹어, 오늘 반찬에 너 좋아 하는 감자 넣었어"
이런 순간들이 모아져서 마음속에 빛나는 진주목걸이로 엮어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가르쳐준 것 들이 교과서보다 훨씬 실용적이지"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지금도 가끔 유치원 시절의 노래 《곰 세마리》를 흥얼거리며 할머니를 도와 야채를 손질한다. 그러면 할머니는 리듬에 맞춰 살짝 박수를 치며 "곰 세 마리가······ 오늘 반찬 에 감자 많이 넣을게, 너 좋아하잖아"라고 받아친다. 그러면 막 끓어오르는 김치찌개처럼 집안은 따뜻한 느낌이 보글보글하다.
조선어문에는 우리 집의 이야기와 할머니의 손맛이 스며있고, 중국어와 한국어가 어우러진 부드러움이 있으며, 가족의 웃음소리가 고여있다. 마치 할머니 냄비에서 끓어오르는 김치찌개처럼 내 삶의 가장 소중한 맛과 추억이 되였다.
/지도교원 장련춘
(흑룡강신문사 전은종 특약기자 제공 2025.11.27)